제니, 2025
1
아이요타의 신제품 발표회.
수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탐이 제니를 소개한다. 제니의 음성은 기계음 없는 아이목소리. 매끈한 외형은 성인의 평균키와 체형.
다소 부자연스럽지만, 충분히 충격적이고 유연한 표정과 손짓. 제니가 스크린을 향해 손짓하자, 탐의 컴퓨터 화면이 나타났다. 문서에는 ‘바탕화면의 압축파일을 로이스의 메일로 보내줘.’라고 쓰여 있다.
잠시 멍하니 있는 제니, 그러나 화면은 이미 아웃룩에서 로이스의 주소를 찾아냈다. 첨부파일이 업로드 되기 무섭게 메일은 전송되고, 컴퓨터의 종료화면이 나타난다.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린 듯한 제니, 실제론 탐을 향한 자랑스런 표정. 제니의 독단에 청중은 경악의 도가니. 탐은 사람들을 진정시키고 제니를 향해 따져 묻는다.
형편없는 탐의 연기. 어쨌든 사람들의 이목은 제니에게.
침묵에서 허탈함. 허탈함에서 놀라움. 소란한 사람들을 향해 탐이 음성을 높인다.
탐은 이어 제니의 신체적 능력을 선보였다. 한 발로 균형 잡기, 성인 두 사람을 들어올리는 힘. 상한 외형을 스스로 응급처치하는 모습. 탐을 안정적으로 걷는 위급 시 행동.
기자들은 탐이 준비한 문구를 헤드라인으로 정한다.
당신은 최고의 두뇌와 신체를 가진 비서, 운전사, 법률전문가, 경영전문가, 운동 코치, 가사 도우미, 돌봄 서비스를 언제나 곁에 두게 됩니다.
스크린에 나타난 믿기 어려운 문장과 함께 더 믿기 어려운 비싼 가격. 구매담당자들은 회사에 소식을 전하기 바쁘다. 어수선한 가운데 하울링이 신경을 긁는다. 마이크를 든 기자가 소리친다.
제니가 탐의 눈치를 보면서 말하려고 하자, 탐이 제니의 마이크를 건내받는다.
2
탐의 눈에 비친 영광의 인물들. 그들에게 건배. 얼음이 기울어진 잔을 타고 탐의 입술 위까지 미끄러진다.
탐은 차례로 과학기술팀의 성과와 노고에 감사를 표현한다.
모두 가볍게 달모어 위스키에 입술만 살짝. 잔을 내려들 놓기 무섭게 탐이 말한다.
3
멍하니 창밖만 보는 현수. 그를 지켜보는 제임스. 그러나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늠되지 않는다.
침묵에 항복한 제임스. 현수는 그제야 제임스를 본다.
현수의 말에 어렴풋이 살아나는 제임스의 기억. 빅프린터는 제니를 클로즈 베타 형태로 경영에 활용했다. 이제 정식발표가 되었으니 정식 업데이트를 위해 가는 길. 앞좌석에는 전원이 꺼진 제니의 몸, 두 대가 앉았다.
아이요타의 연구원 이력서에 기억력이 좋다는 말은 평범하다는 말과 같다. 셋 걸러 하나씩 나오는 특이사항. 제임스는 ‘좋다’가 숫자가 아니라는 것에 유감.
현수에겐 드문 즉각 반응. 제임스는 동양인 특유의 겸손인가 싶어 유심히 바라본다.
자기통찰이란 결론. 아이요타에는 단점을 장점으로 착각하는 얼간이들이 소수 있다. 그러나 단점을 알고 고치지 않으려는 인간은 극소수. 책임 급에서는 현수가 처음이다.
제임스는 어설픈 충고는 않는다. 살아오면서 겪은 천재들은 모두 완고했으므로.
운전자 없는 차는 빅프린터의 심장부에 도착. 현수는 왼쪽 제니의 전원을 켠다. 잠시 뒤, 제니가 인사를 건내고 제임스는 오른쪽 제니를 꺼내들 것을 명령한다.
현수와 제임스는 낯선 비서의 얼굴을 보며 아만다를 찾는다. 비서는 제니가 제니를 업고 있는 모습에 당황. 막간에 제임스는 의문을 풀어 본다.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었습니다. 저도 내년에 로스쿨로 돌아가야 해서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비서는 ‘로스쿨’에 강세를 준다. 그러나 두 남자는 다른 것들을 떠올린다. 제니, 탐 그리고 로이스. 탐의 비서 로이스. 비서였던 로이스.
비서는 운전사와 같은 운명을 앞두고 있다. 운전사는 마부를 살해하고, 자율주행이 운전사를 살해한다. 마부는 운전사가 될 수 있지만, 운전사는 자율주행이 될 수 없다. 0과 1이 인간을 해고한다.
곧 비서는 현수와 제임스를 회장실로 안내.
제임스의 미소에 일그러지는 아만다의 표정.
김빠진 콜라 같은 제임스의 표정.
지하 기계실에서 빅프린터의 수석 엔지니어가 기다리고 있었다. 세 남자는 제니의 본체를 향해 걷는다. 수석 엔지니어가 1번 키로 본체의 문을 열고, 이어 제임스가 0번 키를 꺼낸다.
제니는 무장해체. 현수의 섬세한 손길이 과거의 제니를 새로운 제니로.
현수는 가져온 노트북을 제니의 메인보드에 연결했다. 점검 소프트웨어와 통신을 시작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시간뿐.
“무엇이 달라진 것이죠?”
공학자의 물음이라 현수는 편안하게 답한다. 30분 뒤, 아만다의 같은 질문에는 제임스가 다소 다른 답을 한다.
그것으로 아만다는 만족. 아만다는 스크린의 제니를 향해 꺼진 새 기기를 켤 것을 요구. 곧 두 대의 제니가 나란히 아만다의 앞에 선다.
아만다는 무심결에 제임스를 바라본다. 제임스는 현수를. 현수는 두 마리의 기계 몸이 만들어내는 무표정함을 바라본다.
아만다는 대화를 마무리했다. 제임스는 그녀에게 작별 인사. 그녀는 현수에게 또 보자고 했다.
제임스가 차 안에서 현수를 향해 묻는다. 현수는 고민 중.
제임스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린다. 현수는 생각에 잠긴다.